2023년 1월 4일 수요일

미국 국채가 위험한 것일까? 아니면 달러 부족이 위험한 것일까?

미국 국채가 위험하다???

블로그 첫 글의 주제를 무엇으로 시작할까 고민하던 중, 어제 유튜브에서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팔고 있기 때문에 이제 미국 국채는 위험 자산이라는 주장을 듣게 되었다. 한 번 짚어 볼 만하다 판단하여 이 블로그의 첫 주제로 삼게 되었다. 국제금융시장을 분석함에 있어 미국 국채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현상의 이면 보다는 현상 자체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제금융시장 같이 넓고 깊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그럴 개연성이 높다. 30년 이상을 금융기관에 종사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을 봐왔지만 그 넓고 깊은 세계의 일부분밖에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목차]


왜 중앙은행들이 외화나 외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일까?

1990년 대를 산 한국인이라면 1997년부터 몇 년간 겪은 외환위기를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심각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국민 금 모으기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는데 평생 가도 잊지 못할 사건이다

당시 아시아 지역이 동시에 겪은 환란은 이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에 한정되지 않고 전세계 국가들에게 달러가 부족할 경우 국가 경제가 한 순간에 파탄의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가 되었다. 그 이후 중앙은행은 적정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는 추세적으로 증가하였다.

2000년 대에 들어서 자유무역과 금융을 통해 본격화된 세계화(globalization)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달러 수요로 나타나게 된다. 무역과 금융 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무역이나 차입을 통해 얻은 달러는 상당 부분이 중앙은행으로 집중되고 집중되는 만큼 해당 국가의 통화로 풀리게 된다. 그래서 무역이나 차입, 직간접 투자를 통해서 외화가 유입되는 경우 자국 통화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하며 풍성해진 유동성으로 경기도 좋아지고 주가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차후 다룰 예정)

중앙은행은 자국통화의 대달러 환율 관리에 외환보유고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민간에서 달러가 필요하거나 부족할 때 외환시장이나 은행시스템을 통해서 적절하게 공급하여 국제경제활동에 심각한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환보유고를 활용한다.[목차]

미국 국채는 여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에 있는 외환을 그 자체로 보유하지 않고 그 중 상당량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그 자산의 상당 부분이 해당 통화 국가의 국채나 국채에 준하는 채권이다. 외환보유고의 많은 부분이 달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달러 자산이 많을 수밖에 없으며 그 중에서도 미국 국채나 국채에 준하는 채권 보유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질문을 나올 법하다. 왜 국채나 국채에 준하는 채권을 매입하냐고? 더 금리를 많이 주는 채권들도 많은데.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민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화부족 스트레스 상황에 언제라도 대응할 수 있는 상태로 외환보유고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그 목적에 가장 적합한 것이 미국 국채이다.

미국 국채시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동성이 높다. 미국 국채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언제라도 팔아서 현금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팔지 않는다 하더라도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나 다른 외화를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팔기 때문에 미국 국채가 위험자산이라는 주장에 대해 답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산 이유는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유동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미국 국채를 파는 이유는 미국 국채가 위험해서가 아니라 처음에 미국 국채를 보유한 목적에 맞게 자국의 달러 부족 스트레스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달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 달러가 부족한 시기에 항상 경험한 것으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세계외환보유고를 닮은 중앙은행 국채보유 금액
세계외환보유고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세계중앙은행들의 미국 국채 보유액

출처 : IMF, US Treasury


위 차트는 세계의 외환보유고와 중앙은행과 같은 기관이 들고 있는 미국 국채 규모를 나타낸 것이다. 외환보유고와 미국 국채 보유량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외환보유고가 줄어들 때 미국 국채 보유 규모가 감소하는 현상을 뚜렷하게 볼 수 있으며 이 시기가 전세계적으로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시기이다. 또한 세계 경제가 힘든 시기에 접어들 것임을 경고하는 시그널이기도 하며, 자산 가격의 하락을 경고하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중앙은행들의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미국 국채를 위험하다고 인식해서 취하는 행동이 전혀 아니다.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달러 부족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팔아 달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목차]

미국 국채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달러 부족 국가가 위험하다

위험한 것은 미국 국채가 아니라 충분한 외환보유고와 유동성이 높은 미국 국채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다시 말해 달러가 부족한 국가들이 위험한 것이다. 그렇게 믿었던 중국 경제조차도 2015년 이후 추세적으로 바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이는 외환보유고 증가율이 하락하다가 급기야는 2015년부터 절대 금액 자체가 감소하기 시작한 시기와 중국의 본격적인 추락이 맞아 떨어진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차후 다룰 예정)

중앙은행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기 때문에 미국 국채가 위험하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Dollar Shortage 상황에서 충분한 외환보유고와 미국 국채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달러 부족 국가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현재 불안한 세계경제와 금융 상황이라는 맥락에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왜 미국 국채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채권인지 한 가지 더 이야기 한다면, 국제 자금/금융 거래의 근간이 미국 국채이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은 달러와 담보가 없이 설명을 할 수가 없다(collateralization & dollarization of global monetary system). 단기 자금차입부터 장기자금 차입, 그리고 파생상품 거래의 이면에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 최고의 담보(super super high quality collateral)로서 미국 국채가 기능하고 있다

미국 국채가 없이는 세계 금융과 경제가 멈춘다. 미국 국채가 문제라면 더 걱정해야 할 것은 미국 국채가 아니라 세계 경제의 파탄 가능성에 대해 더 걱정해야 할 것이다. (금융의 달러화 dollarization, 담보화 collateralization에 대해서는 차후 다룰 예정).[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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