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일 수요일

유로달러(eurodollar) 시장의 포로가 된 중국 중앙은행(People’s Bank of China)

중국의 중앙은행(PBOC)이 지급준비율(RRR)을 내리면, ‘아하! 불길한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가진 중국 중앙은행(이하 PBoC)

PBOC는 작년 말 현재 달러로 환산하여 약 3.3조의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BOJ가 약 1.2조 달러로 PBOC의 뒤를 잇고 있다. PBOC가 무려 BOJ 보다 3배에 가까운 규모의 외화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에 필적하는 규모로 성장한 중국 경제에 대해 압도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실상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들은 PBOC가 거의 외부세계의 제약 없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주장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PBOC가 보유한 미국 국채를 팔면 미국이 크게 다칠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매스컴을 통해서 접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목차]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PBOC의 주요 통화정책 수단인 지급준비율

지급준비율의 의미

지급준비율은 영어로 Required Reserves Ratio라고 하며, 흔히 줄여서 RRR이라고 말한다. RRR은 상업은행들이 예금을 받으면 중앙은행에 RRR에 해당하는 금액을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며 그 수준은 예금 종류에 따라 상이하며, 나라마다 상이하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RRR을 높이게 되면 상업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금액이 커져 통화량이 줄게 되며, RRR을 낮추게 되면 중앙은행 예치금이 줄어들어 시중 통화량이 늘게 된다.

사실상 RRR을 적극적인 통화수단으로 사용하는 국가들은 거의 없다. 현재 보편화된 통화정책은 돈의 가격인 금리조절을 통해서 원하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직접적으로 통화량을 조절하지 않는다. 거의 유일하게 PBOC가 직접적으로 시중통화량 조절 수단으로 RRR을 적극 사용한다.


외환보유고에 따라 움직이는 지급준비율(RRR)



중국 외환보유고에 연동되는 지급준비율
외환보유고(좌)에 좌우되는 중국의 지급준비율

외환보유고 급성장과 RRR의 급격한 인상 : 2000~2011

2000년 하반기부터 PBOC의 외환보유고는 30~50% 정도의 증가율로 급성장한다. 이시기에 PBOCRRR6%대에서 17%대까지 공격적으로 인상한다. 외화유입으로 증발되는 국내통화를 흡수하기 위한 조치이다.

가파른 외환보유고 증가율은 2007년 하반기부터 40% 대에서 30% 초반대까지 떨어진 후 잠시 주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던 것이 2008년 중반 르만사태의 영향으로 2009년 초 10% 초반대까 지 증가율이 급락한다. 이 시기에 PBOC도 국내 통화사정을 고려하여 RRR을 급하게 인하한다.

2009년 초를 지나면서 2011년 상반기까지 외환보유고는 30% 정도의 증가율까지 회복한다. PBOC는 다시 외화유입에 맞춰 15%까지 낮추었던 RRR21%까지 급하게 인상한다.

급격한 외환보유고 증가율 하락과 급격한 RRR 인하 : 2011년 이후 ~ 현재

금융시장에서 이시기에 일했던 사람들은 기억을 할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가 2011년부터 유럽을 강타한다. 일명 유럽 부채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2008년 가장 큰 손상을 받은 것이 도이치, 유비에스, 비엔피빠리바 등 이른 바 유럽계 IB들이었고 그 여파가 유럽의 부채위기로 발현된 것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가 끝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2008년의 충격으로 많은 손상을 받았던 유로달러 뱅킹시스템이 유럽부채사태로 더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 이 사태는 중국에 직접적이고 강력하며 지속적인 충격이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중국은 이 충격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차트에서 보는 것처럼 200830~50%의 고성장을 했던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마이너스 증가율 즉 절대액 자체의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까지 맞이하게 된다. 2014년과 2015년이 그 분기점이다. 너무도 뚜렷하게 보이겠지만 2011년 하반기부터 PBOCRRR을 끊임없이 인하한다. 외화감소, 즉 국내통화 감소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시기에 단 한 번의 RRR 인상도 없었다.

2011년 이후 큰 추세를 이야기하였지만, 그 사이사이 짧은 기간 동안의 외환보유고와 RRR의 움직임을 체크해봐도 매우 일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목차]

PBOC 통화정책의 유로달러화(Euro-dollarization of China Monetary Policy)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중국 중앙은행인 PBOC의 통화정책이 외환보유고에 좌우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에 버금갈 정도로 규모가 성장하고 세계 최대의 외한보유국이라고 해도 중국 정부와 PBOC가 항거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이들의 통화정책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무엇이 그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인 것일까? 답은 바로 유로달러시장(Eurodollar market)이다.

중국 외환보유고를 움직이는 유로달러시장
세계외환보유고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중국 외환보유고


위 차트는 유로달러시장의 프락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세계외환보유고와 중국 PBOC의 외환보유고를 나란히 그려 놓은 것이다.

세계외환보유고와 중국외환보유고가 거의 비슷하게 움직인다. 중국외환보유고가 세계외환보유고, 즉 유로달러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 부분은 더 자세히 다른 곳에서 다룰 예정이다)

또 한 가지 사실은 2011년 이전에는 세계외환보유고 증가율보다 중국 외환보유고 증가율이 훨씬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유로달러시장 성장속도보다 빨랐던 것이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상황은 반전되어 중국의 증가율이 훨씬 빨리 감속한다. 2011년의 빠른 증가가 부메랑이 되어 중국의 외화사정이 유러달러시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악화가 된 것이다. 왜 이렇게 중국 경제가 2011년 이후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적인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목차]

PBOCRRR을 내리면 통화완화정책이라서 경제와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PBOCRRR을 내리면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매스컴에 나와서 통화완화정책완화 운운하면서 경기와 증시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이야기들을 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실제로는 이런 주장과는 달리 전혀 반대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러분은 PBOCRRR을 내리면, 아하! 뭔가 불길한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라고 해석을 해야 한다. 자칭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믿지 말고.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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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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