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6일 월요일

달러와 중앙은행의 행동, 그리고 주식시장

주식시장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일까?

달러의 약세 전환과 전세계 주식시장의 상승 전환이 거의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상승인지 아닌지 확신을 가지기가 어려운 시기다. 달러의 향방이 중요한 이유는 달러 초강세 시기에 세계 주식 시장이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최근의 달러 약세는 역외시장의 달러 사정이 일시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에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국제 유동성은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달러와 연관되어 있는 모든 시장참여자들의 행태를 직접적으로 들여다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서는 몇 가지 중앙은행들의 행태를 파악할 수 있는 몇 가지 데이터, 그리고 장단기 스프레드를 통해서 국제유동성의 가격지표라고 할 수 있는 달러 상황을 가늠해보기로 한다.

[제목]

Fed의 미국 국채 커스터디(custody) 잔고 변화와 달러, 그리고 외국 중앙은행들의 행태

 

Fed 커스터디 잔고란

미국의 중앙은행인 Fed는 외국공공기관(foreign official and international institutions)에게 미국 국채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커스터디 서비스는 보관업무로서 외국공공기관들이 매입한 미국국채를 Fed가 보관해주는 서비스다.

여기서 외국공공기관이라고 하지만 그것의 대부분이 외국 중앙은행(foreign central banks)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Fed의 외국공공기관을 위한 커스터디 서비스의 잔고 변화를 체크하면 외국 중앙은행들이 Fed로부터 맡겨 놓은 국채를 인출하는지 아니면 Fed에 더 많은 국채를 쌓는 것인지 알 수 있다.

 

커스터디 잔고와 외국중앙은행의 의도

Fed의 커스터디 잔고가 늘어나고 있다면, 외국 중앙은행들의 달러 사정이 좋아서 미국 국채를 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잔고가 줄어든다면 달러 사정이 좋지 않아 국채를 인출해 팔거나 담보로 제공하고 달러를 마련하고 있다고 판단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중앙은행들은 외화의 상당 부분을 외화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달러 자산이 절대적이며 그 중에서도 미국 국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국채 외에 미국의 MBS나 등급이 높은 회사채를 보유하며, 다른 통화의 채권을 보유하여 자산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커스터디 잔고와 달러 가격

커스터디 잔고와 밀접하게 움직이는 달러
2014년 이후 커스터디 잔고와 달러 가격의 관계 밀접해져


위 차트는 달러가격과 Fed 커스터디 잔고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잔고가 증가하는 경우 달러는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으며, 잔고가 감소하는 경우에는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특히 유럽부채사태로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타격을 받은 2014년 이후에는 커스터디 잔고와 달러가격이 쌍둥이처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2014년 이후 역외달러시장이 상당히 타이트 해졌고 이에 따라 민간의 달러 부족 상황에 중앙은행들이 민첩하게 반응해야만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해석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2008년 한 번 크게 타격을 받은 역외달러시장, 즉 유로달러시장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한 유럽부채사태에 한 번 더 타격을 받으면서 2008년 이전의 성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 각국 정부의 코로나 과잉반응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커스터디 잔고 움직임이 주는 신호

최근 Fed의 커스터디 잔고는 마이너스 증가율이 더 커지지 않고 옆으로 횡보하고 있는 국면이다. 정확히 달러 강세가 한 풀 꺾이고 잠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커스터디 잔고 증가율로만 보면 국제달러자금 사정이 악화일변도에서 잠시 휴지기를 가지는 것처럼 보여 위험자산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제목]

 

Fed 부채계정의 RRP(Reverse Repo)의 잔고 변화와 달러, 그리고 외국 중앙은행들의 행태

 

Fed RRP 계정 잔고란

Fed 대차대조표의 부채 항목에 외국공공기관(foreign official and international institutions)을 위한 RRP계정이 있다. 이 계정은 자국내 RRP 계정과 분리되어서 관리되고 있다.

Repo(또는 RP)Repurchase Agreement를 줄여서 칭하는 것으로 쌍방계약으로 돈을 빌리는 쪽이 채권을 팔아서 자금을 조달하고 일정 기간 뒤에 채권을 다시 사는 방식으로 돈을 갚는 계약이다. 즉 채권을 담보로 주고 돈을 빌리는 것인데 매매 형식을 빌리는 것이다.

Repo로 빌리는 자금은 대부분이 1일물(overnight)이며, 매입자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다음날 갚지 않는 경우 담보채권을 팔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항상 팔아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이 가장 좋은 미국 국채가 담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Repo 매입에서 매입이라는 표현은 채권을 매입하고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 쓰는 표현이다. Fed에 외국중앙은행들이 돈을 맡기는 경우 Fed 입장에서는 미국 국채를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리는 쪽이기 때문에 Reporeverse(, 또는 반대)라는 단어를 붙여 Reverse Repo라고 하고 줄여서 RRP라고 한다.

 

RRP 잔고와 중앙은행들의 의도

Fed 부채계정의 RRP는 외국중앙은행들에게는 항상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다.

이 계정의 잔고 변화를 체크해 보면 외국중앙은행들의 행태가 그 당시의 역외달러시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다.

RRP 잔고가 증가는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달러를 더 많이 보유하려고 하는 중앙은행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달러가 민간에서 부족해서 중앙은행이 개입해야 할 빈도나 강도가 큰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미국 밖의 역외달러시장이 수급이 타이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RRP 잔고 변화와 달러 가격


위 차트는 FedRRP 잔고와 달러를 그려 놓은 것이다

차트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확연하게 RRP 잔고가 상승할 때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RRP 잔고가 하락할 때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처럼 중앙은행들이 RRP를 쌓는 시기가 국제달러시장, 나아가 국제자금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 유동성이 말라가는 시기다.

 

최근 RRP 잔고 변화가 주는 시그널

최근 Fed RRP 잔고 움직임을 보면, 앞의 커스터디 마이너스 증가율이 횡보하는 것과 달리 RRP 잔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RRP로만 보면 아직은 중앙은행들이 역외달러시장과 관련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커스터디 잔고와 달리 RRP 잔고는 최근 달러의 약세가 추세적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할 수가 없다.  [제목]

 

미국 국채 2yr, 10yr 스프레드와 달러, 그리고 시장은 달러에 대해서 무엇이라 이야기하고 있나?

 

앞에서 Fed의 두 가지 데이터를 통해서 외국중앙은행들의 행태를 체크해 보았다. 커스터디 잔고와 RRP 잔고 중에서 커스터디 잔고가 횡보를 하면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두 가지 데이터가 모두 나빠지다가 한 가지 데이터가 더 악화되지 않고 있으니 이전 보다는 상황이 호전되었다고 해석해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시장은 현재의 국제달러자금 상황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금리 스프레드와 역전

달러가격과 밀접한 관계를 가격지표들이 여러 가지 있으나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많이 언급되고 있는 미국 국채 2년과 10년간의 스프레드(이하 2/10 스프레드)를 통해 시장의 베팅을 알아보기로 한다.

매스컴을 통해 일반인들도 2/10 스프레드 역전 이야기는 한 두 번 정도 들어봤을 법하다.

두 금리간 스프레드(spread)란 우리말로 두 금리간 차이라는 말로 210년 스프레드란 10년 금리에서 2년 금리를 뺀 값이다. 금융시장에서 스프레드라고 영어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관행이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의 금리가 만기가 짧은 채권의 금리 보다 높은 것이 정상이다. 예금금리도 1년 정기예금보다 3년 정기예금 금리가 높은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2/10 스프레드가 역전되었다는 것은 10년 금리가 2년 금리보다 낮아졌다는 의미로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의미를 둔다.

 

금리 스프레드와 달러 가격

그렇지만 이 스프레드와 달러가격과의 관계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2년 10년 미국 국채 스프레드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달러
스프레드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달러

위 차트는 2/10스프레드와 달러가격을 그린 것이다. 달러는 거꾸로 그린 것으로 방향이 아래이면 강세이고 위로 움직이면 약세이다.

차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스프레드가 좁아지거나 역전되는 시기에 달러는 강해진다. 미국채 2/10스프레드 역시 달러 강세나 약세와 밀접한 관계, 즉 국제달러자금시장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중요한 가격지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스프레드 역전은 시장이 달러자금시장이 매우 악화되어 있다고 보는 시각의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스프레드 변화와 시그널

최근 2년 10년 미국 국채 스프레드 움직임
최근 살짝 횡보하고 있는 역전된 스프레드

최근 2/10스프레드의 움직임을 보면 12월 중순부터 횡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Fed 국채 커스터디 잔고와 같이 횡보하고 있는 양상이다. 역전이 더 이상 깊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횡보 기간이 짧아서 좀 더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제목]

 

주식시장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일까?

 

가격은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과,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것에 의해서 움직인다고 한다. 따라서 몇 가지 데이터나 가격을 가지고서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도 유로달러시장, 특히 달러의 유동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현재의 주식시장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해보는 것에 불과하다.


달러 강세 시기에 성과가 상대적으로 나쁜 주식시장
달러 강세 시기에 상대적으로 성과(yoy)가 나쁜 주식 시장

위의 차트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달러 강세 또는 약세 추세와 주식 시장의 성과는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 유동성이 포트폴리오투자 형태로 국경을 오고 가기(cross-border portfolio investment flow)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최근 1,2 개월의 달러와 달러 관련 사항들을 체크해봤을 때 잠시 국제 유동성이 호전이라고 보다는 악화상황이 더디어졌다는 것이다. 국제 유동성 악화 속도가 완화되었다는 것은 위험자산에 속도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추세적으로 국제 유동성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달러 유동성 관련 데이터와 지표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추세 반전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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