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1일 토요일

SVB(Silicon Valley Bank)를 통해서 바라본 은행 재무 상태표(balance sheet)와 경제의 관계

 

SVB 파산 : 돈 가뭄의 지속과 Fed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높이다

 

하나도 놀라울 것이 없는 SVB 파산

최근 SVB의 파산으로 금융 관련 주의 주가가 요동을 치고 있다. 사실 상 SVB와 같은 파산은 지금과 같은 취약한 뱅킹 시스템과 세계 경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 대단히 높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처럼 달러 강세가 전방위적으로 세계 경제와 세계 금융시스템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목차]


은행의 재무 상태 여력(balance sheet capacity)이란?


상업 은행의 재무 상태 여력은 충분한 유동성(liquidity)과 지급여력(solvency)을 유지하면서 재무제표 상 보유할 수 있는 최대 자산액이다.

상업 은행의 재무 상태 보고서에는 대출, 투자, 예비금과 함께 예금 및 차입금과 같은 부채도 포함된다. 은행의 재무 여력은 자본 기반, 규제 요구 사항 및 위험 선호도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상업 은행은 최소한의 자본금을 유지하여 잠재적인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보유해야 한다. 은행의 자본금과 재무 상태 여력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은행의 위험 선호도도 재무 여력에 영향을 미친다. 같은 조건일 경우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은행은 재무 상태 여력이 높다고 볼 수 있으며, 위험 회피적인 은행은 재무 상태 여력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상업 은행의 재무 여력은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 있는 동적인 개념이다. [목차]

 

누가 돈을 창출하는 것일까? 그리고 돈은 어떻게 파괴되는 것일까?


영국 영란 은행의 보고서 “Money Creation in the Modern Economy”를 통해서 돈의 생성과 파괴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상업은행은 부분지급준비제도를 통해 대부분의 화폐를 창출한다. 은행이 대출을 한 경우, 대출 금액을 차입자의 계좌에 넣어 줌으로써 새로운 화폐를 창출합니다. 이 새로운 돈은 물리적인 현금이 아니라 차입자 계좌에 입금되는 디지털 형태의 예금이다.

예를 들어, 은행이 대출금 10,000달러를 대출한 경우, 은행은 차입자의 계좌에 10,000달러를 넣어 줌으로써 새로운 돈을 창출한다. 차입자가 돈을 은행에 보관하는 한, 그 돈은 구매 및 지불에 사용될 수 있으며, 이는 실질적으로 경제의 화폐 공급을 증가시킨다. 모든 예금자가 동시에 예금을 인출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은 보유한 예금보다 더 많은 돈을 대출할 수 있다.

차입자가 대출을 갚게 되면 역으로 돈이 파괴되며 화폐 공급은 줄어들게 된다.

또 이 보고서는 지급준비금이 은행의 돈 창출에 의미 있는 제약 사항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얼마나 지급준비금을 쌓을 것인지를 은행들이 결정한다고 보고 있다. 중앙은행 조차도 일정 부분 제약이 될 수 있으나 이 또한 의미 있는 제약 사항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미국 Fed에 쌓여 있는 초과 지준과 미국 상업은행 상황을 들여다 보면 정확하게 위의 주장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란 은행의 이 보고서는 돈의 창출은 대부분 상업 은행에 맡겨져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돈의 창출과 파괴에 대한 대출과 상환에 대한 위 이야기는 짧지만 뱅킹 시스템과 통화 창출/파괴 과정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더구나 BoE가 스스로 “The central is not central”이라고 고백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보고서는 여러 차례 대부분의 교과서(textbook)에서 기술하고 있는 것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목차]

 

은행의 재무 상태 여력이 왜 중요할까?


은행의 재무 상태 여력은 은행이 대출과 같은 활동을 통해 시장에 돈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을 나타내기 때문에 중요하다. 은행들의 재무 상태 여력이 축소되어 시중에 공급되는 돈의 증가 속도가 둔화되거나 절대액 자체가 축소되면 경제와 금융 모두 고통을 느끼지 않는 부분이 없다.

손상 회계 관행 (impairment accounting practices)

시장이나 경제 상황이 악화되어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에 손상이 가는 경우 이 상황에 재무제표에 반영되어야 한다.

은행에서는, 각각 평가되는 자산의 종류에 따라 손상 회계 처리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은행에서의 주요 자산 유형은 대출과 증권이다.

대출에 대한 손상 회계 처리: 은행은 대출의 수급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예상되는 손실을 대비하기 위해 대출 채권 충당금(ALLL)을 기록해야 한다. ALLL은 은행이 미래에 경험할 수 있는 잠재적인 대출 손실액을 예상한 것으로, 과거의 손실 경험, 현재의 경제 상황 및 기타 관련 요인을 고려하여 산정된다. 대출이 손상되었다고 판단되면, 은행은 대출의 가치를 감소시켜 기재액을 조정하고, 손실 충당금을 기록하여 손실액을 인식해야 한다.

증권에 대한 손상 회계 처리: 은행은 채권과 주식 등의 증권도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 조건이나 발행인의 신용 등의 변화로 인해 손상될 수 있다. AFS(Available-For-Sale) HTM(Held-To-Maturity)으로 분류된 증권의 가치가 일시적으로 하락한 경우, 은행은 이러한 가치 하락이 영구적인 것인지 일시적인 것인지를 평가해야 한다. 가치 하락이 영구적으로 판단된 경우, 은행은 증권의 기재액을 감소시키고, 손실을 기록하여 손실액을 인식해야 한다. Trading으로 분류된 증권의 가치가 하락한 경우, 은행은 즉시 손실액을 인식해야 한다[목차]

 

SVB 파산은 이미 은행들의 자산에 문제가 발생했거나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경고의 메시지

BoE의 보고서에서 살펴보았듯이 돈은 중앙은행이 아니라 민간은행들이 대부분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 민간은행들의 재무제표에 문제가 누적되며 재무 상태 여력이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제 상황 악화와 주식, 채권 등 금융 자산 가격 하락은 상업 은행들의 재무 상태를 압박하고 있다.

SVB의 비즈니스와 자산은 주로 특히 롱 듀레이션(long duration) 자산에 집중 되어 있다. 롱 듀레이션 자산은 금리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 자산을 말한다. 새로운 사업이나 특히 오늘 날의 IT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들 중에 성장성은 높으나 현금 창출이 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SVB의 파산은 금리 위험과 경기 위험에 노출된 자산들이 문제가 생기면서 재무 상태 여력이 바닥이 났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한 은행이 파산했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은행들이 신용, 즉 돈을 창출할 수 있는 재무 상태 여력이 축소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SVB는 극단적인 케이스로 모든 사람들에게 드러난 가장 약한 고리이다.

공장과 같은 은행

우리가 경제 지표 중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에 하나가 공장 가동률(Capacity Utilization Rate)이다. 이 지표는 공장이 가지고 있는 시설(facilities)을 얼마나 가동하고 있는지, 즉 곧 영업활동 정도를 나타낸다.

노는 시설이 적다면 그만큼 영업이 잘 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수요가 많아 영업활동이 좋아서 돈을 많이 벌면 그만큼 더 시설에 투자를 할 수 있고 그만큼 수익도 많아져 선순환을 타게 된다. 즉 기업의 성장 과정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수요가 줄어 들어 시설이 과잉인 상태가 되면 거꾸로 기업은 쪼그라들게 된다.

은행은 어떨까?

은행은 얼마나 자본을 사용하는 지가 공장 가동률(capacity utilization rate)과 같은 개념이다. 자본 가동률(capital utilization rate)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은행은 주어진 규제 하에서 자본을 최대한 사용해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따라서 은행들의 사실 상의 재무 목표는 제한된 자본을 가장 효율적, 효과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사용한 자본이 이익을 창출하면 자본금이 증가하고, 자본이 증가하면 더 많은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성장 선순환 과정에 들어간다. 이 과정이 다름 아닌 은행들이 돈을 창출하며 시중에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이 된다. 돈이 증가하면 은행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자산의 가격을 끌어 올린다. 또한 신규 비즈니스 기회도 증가한다. 은행 산업이 선순환에 들어서며 성장 사이클에 들어선다.

금융시장의 호황이 생각 보다 길게 이어지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러한 은행들의 공장과 같은 특성 때문이다. 성장이 성장을 낳는 것이다. 흔히 돈이 돈을 만든다는 이야기와 딸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이건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면 경제와 금융시장은 단기간에 큰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은행의 돈 창출 능력이 떨어지며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은행의 재무 손상 상태가 구조적인 경우 그 영향은 상당히 오래 동안 이어진다. 2008년의 금융위기가 그런 경우이며 현재까지 약 15년에 걸쳐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선순환을 가로 막고 있다[목차]

 

항상 뒷북을 치는 Fed, 통화정책 변경이 가까워지고 있는 듯

뒷북치기의 대명사가 Fed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단 한 번도 선제적으로 무언가를 해 본적이 없다. 그저 쓰레기 치우는데 급급할 뿐인 것이 Fed이다. 더구나 자신들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서 오기까지 부리다 보면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부러뜨려 엄청난 collateral damage를 양산해 낸다.

Fed는 사건이 벌어져야 비로소 아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나 보다 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 낡아서 그 존재조차 희미해진 필립스 커브(Phillips Curve)*를 항상 경기침체 직전에 꺼내 들고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아래 chatGPT가 정리해 준 내용을 보면 지금 상황에 필립스커브는 그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지금도 고용시장이 좋아서 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 파월과 Fed의 일관적이 태도이다. 경제 데이터를 보는 사람이라면 고용 데이터가 경기 후행 지표라는 것은 상식이다. Fed는 그 많은 지표 중에 후행 지표인 고용 데이터를 빼면 시체인 것 같다.

파월은 최근 의회 증언에서도 고용지표 운운하며 경기 나쁘지 않다고 주문처럼 외운 것 같다. 자기 자신한테도 최면을 걸고 의회와 일반 대중들도 최면이 걸리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 같다.

항상 그렇듯이 경기 침체 전 실업률은 가장 낮고, Fed는 그 낮은 실업률을 주문처럼 외우며 경기가 나쁘지 않네, 소프트 랜딩이네 하며 현실과는 동떨어진 다른 세계 이야기를 한다. 마치 반복되는 낡은 테이프를 계속 돌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나서 머지않아 경기는 침체에 빠져들고 실업률은 날아오르고, 허둥지둥 금리를 내리는 일이 반복된다. 이번에는 다를까? [목차]

 This time is differ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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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가 너무나 깔끔하게 정리해 준 Phillips Curve]

*Phillips Curve

필립스 곡선은 1958년 경제학자 A.W. 필립스가 처음 도입한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반비례 관계를 그래픽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곡선은 실업률이 낮을 때 인플레이션이 높은 경향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임을 시사한다.

필립스 곡선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널리 연구되고 논의되었지만 그 효과에 대한 명확한 합의는 없다. 일부 연구에서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에 강한 상관 관계가 있음을 발견하여 필립스 곡선이 두 변수 간의 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한다는 생각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는 실업과 인플레이션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는 증거를 거의 또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엇갈린 증거의 한 가지 이유는 필립스 곡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사이의 안정적인 관계를 가정하기 때문일 수 있지만 이것이 항상 사실인 것은 아닐 수 있다. 기술, 생산성 또는 기대치의 변화와 같은 요인으로 인해 곡선이 이동하여 예측 도구로서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필립스 곡선의 또 다른 문제는 실업률이 일정하게 유지되더라도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가나 곡물 수확량의 변화와 같은 공급 측면의 충격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참조 문헌 : Money Creation in the Modern Economy by the Bank of England

Money creation in the modern 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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