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6일 월요일

세계 외환보유고(world foreign reserves)로 본 미국의 소비자물가 지수(Consumer Price Index)

세계 외환보유고 증가율 또는 절대액 감소는 세계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

뜬금없이 외환보유고와 미국의 소비자물가를 연결시키지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전세계가 미국의 CPI에 초관심을 가지고 있다. 세계의 투자자들이 Powell의 금리정책 변화에 영향을 줄 가장 중요한 변수가 U.S. CPI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미 통화정책 변화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금융시장 가격들도 그를 반영하여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파웰은, 정치적 압력에 굴하지 않고, 인기가 없는 정책일지라도 물가를 확실히 잡는 정책을 펴겠다는 등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시장은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한 상황이다.

현재 시점에서 세계 외환보유고와 미국 CPI의 관계를 살펴보고, Powell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일지 한 번 짐작해 보기로 하자.

[목차]




유로달러(Eurodollar)시장과 세계 외환보유고

아들과 딸이 아주 어렸을 때 태국에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때 원화(KRW)를 가지고 물건을 살 수 있다고 해서 환전하지 않고 돈을 가지고 나간 것이 기억난다. 실제로 거리에서 옷을 사기도 했고 음식을 사 먹기도 했다. 태국 아이들이 천원 짜리 10장을 들고 와서 만원 짜리로 바꿔 달라고 다가오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천원 10장 보다 만원 1장이 태국 통화로 환전할 때 더 비쌌던 모양이다.

여하튼 한국 입장에서 볼 때 비거주자인 이들에게 넘어간 원화는 Euro Won이 된다. 일본 사람들이 해외에 여행을 가서 엔화를 현지인에게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 받고, 아니면 공짜로 주었다면, Euro Yen이 된다. 중국인이 위안화를 썼다면 유로 위안화가 된다. 여기서 유로라는 말은 유로화나 유럽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역외(off shore)라는 의미이다. Euro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역외 자금시장이 유럽의 중심지인 런던을 중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역외란 국가를 벗어난 지역이란 의미로 쉽게 받아들이면 된다.

역외 시장을 보통 유로달러시장(이하 유로달러시장으로 통일)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달러가 국제 무역과 금융거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유로(Eur), 엔화가 뒤를 잇는다. 유로달러 시장은 한 마디로 국제 자금시장을 일컫는 말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따라서 유로달러 시장과 국제 자금시장을 같은 의미로 사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외환보유고는 유로달러시장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외환보유고는 다름 아닌 각국의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국 통화 이외의 외화나 외화자산을 말한다.

그렇다면 외환보유고는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 대부분의 경우 경제주체가 무역이나 여행, 차입금융을 통해서 확보된 외화가 자국내 통화로 교환되는 과정 또는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과정에서 한국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으로 집결된다. 중앙은행은 이렇게 들어온 외국 통화를 통화 그 자체로 보유하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외국의 금융자산을 매수해서 보유한다.

여러분도 이미 짐작을 했겠지만 외환보유고와 이를 보유한 중앙은행들은 유로달러 시장의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것이다.  [목차]

국제 유동성과 세계 외환보유고

유로달러시장의 유동성, 즉세 국제 유동성은 금융기관의 위험에 대한 태도, 금융기관의 건전성, 지정학적 이슈 등 수많은 요소에 의해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한 유동성 상황이 중요하기 때문에 민간이나 중앙은행이나 유동성 지표 같은 것을 만들어 공표하거나 활용한다. 그러나 우리가 국제 유동성을 파악하기 위해서 수도 없이 많은 금융기관과 중앙은행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해도 실상을 파악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를 통해서 유로달러시장의 유동성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경기나 투자 판단과 관련하여 국제 유동성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논리는 매우 간단하다. 국제 무역 상황이나 차입 여건, /간접투자 여건이 좋아서 외화를 쉽게 확보할 수 있을 때는 민간에서 중앙은행으로 외화가 유입되며 외환보유고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 유로달러 유동성이 좋다. 반면 국제 무역 상황이나 차입 여건이 열악하면 중앙은행에서 외화가 빠져 나가는 경향이 있다.   [목차]

국내 유동성만 좋으면 되는 것 아냐?

혹자는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국제 유동성이 안 좋아도 국내 유동성만 좋으면 되는 것 아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문제는 각국의 자국내 유동성 상황이 국제 유동성과 떨어져서 홀로 서기를 하기란 현재와 같이 전세계의 실물경제와 자금이 글로벌화되어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하늘의 별따기란 사실이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민간에 외화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국 통화를 흡수하는 결과를 수반하며, 유로달러 시장의 유동성 스트레스는 국제 포트폴리오 투자를 어렵게 하면서 각국의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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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외한보유고와 미국의 소비자물가(Consumer Price Index), 그리고 미국의 정책금리

세계외환보유고와 미국 소비자물가
세계 외환보유고를 따라가는 미국 소비자물가

위 차트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 듯하다. 여기서는 CPI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만 들어 보기로 하자.

  • 외환보유고 증가율 추이와 CPI 증가율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으며 1, 2분기 정도 선행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던 것이 20년 하반기부터 COVID로 인한 공급 쇼크가 본격화되면서 기존의 관계가 깨진다. 이는 공급 쇼크와 같은 요인이 없는 기간에는 외환보유고CPI간 관계가 상당히 밀접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정책금리가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기간에도 외환보유고는 별도로 움직이며, 이 기간 동안에도 정책금리 보다는 외환보유고가  CPI 증가율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2000년 대 초반 세계 외환보유고가 연 15 ~ 30% 사이에서 성장할 때는 중간에 변화가 있으나 미국의 CPI는 수준도 높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상승 추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던 것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외환보유고 증가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하였고, 이와 유사하게 CPI증가율은 추세적으로 하락한다.

  • 2016년부터 Powell정책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했고, 정책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외환보유고는 증가율(-)에서 (+)로 반전하며 국제 유동성이 조금씩 개선된다. 그러나 과거에 비하면 그 개선 정도는 미미하였고, 본격적인 개선도 되기 전에 2017년에 지나면서 증가율은 감소하기 시작 한다. 그 이후 2018년 상반기부터 CPI 증가율도 꺾여 버린다. 이어서 그렇게 불타는 경기를 이야기하며 끊임없이 올리겠다며 블러핑을 하던 Powell정책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오히려 내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 유로달러 유동성이 미국의 금리 정책과 관계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위 차트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실상 Fed가 정책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세계 외환보유고가 위축되고, 즉 유로달러 유동성이 위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사실로 매스컴이나 경제학자, 그리고 Fed 자신들이 주장하거나 암시하는 것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2020년 지나면서 이미 외환보유고 증가율은 떨어지기 시작하며, 2022년에는 증가율이 (-)로 진입하며 절대액 자체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바로 이 시기가 정책금리 인상 시기와 CPI 증가율 감소 반전 시기와 겹친다. 우연의 일치일까? 외환보유고 감소 다시 말해 국제 유동성 스트레스 상황이 CPI 반전을 가져온 걸까, 아니면 Powell의 금리인상 한 마디에 CPI가 깜짝 놀라서 반전된 것일까?

이와 같이 미국의 CPI 조차도 유로달러 시장, 즉 국제자금시장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다. Fed가 더 강력한 것일까, 아니면 유로달러시장이 더 강력한 것일까? 위 차트는 후자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목차]

2008년 르만 사태라고 알려진 GFC(Great Financial Crisis)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 차트를 통해 2008년 이전과 이후 유로달러 시장, 즉 국제자금시장에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2008년 이전 세계외환보유고는 미국 정책금리 변화와 상관 없이 연간 약 10% ~ 30% 정도 성장하였다. 그러던 것이 2008년 이후 증가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하여 2012년 이후에는 (+)(-)를 오가며 이전 시기에 비하면 거의 정체 상태나 다름이 없다는 사실이다. 통상적으로 GFC(Great Financial Crisis)라고 언급되고 우리에게는 르만 사태라고 알려진 2008년은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8년 세계 금융시스템의 뭔가가 부러져버린 것이다.

2008년 이후 외환보유고 증가율이 감소하기 시작하면 이어서 전세계 경제, 금융시장과 주식시장은 몸살을 앓는다. 최근의 외환보유고 감소는 2008 GFC 시기에도 겪어 보지 못한 것이다. 유럽 부채 위기를 겪고 나서 2015년에도 외환보유고 감소를 경험하였지만 지금 보다 심하지는 않았다.

세계 외환보유고 감소, 즉 국제 유동성 감소는 글로벌 수준의 강력한 디플레이션 압력이다.

공급 쇼크로 CPI 수준이 높아져 있지만 과거 경험으로 볼 떄 외화보유고 감소는 강력한 물가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틀림이 없다. 이미 전세계의 금융자산 가격과 실물자산 가격은 이 압력에 굴복해 큰 폭으로 가격 조정을 겪었거나 진행 중이다. 다름 아닌 자산 가격 디플레이션(Asset Price Deflation) 상황이다.

물가의 일부분인 소비자 물가 역시 위 차트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 외환보유고 감소가 항상 발휘했던 dis-inflation 또는 de-flation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높은 CPI가 가져온 수요 파괴 현상과 함께 국제자금시장의 자산 가격 하락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CPI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큼을 과거 경험은 보여주고 있다.

외환보유고의 감소와 이로 인한 디플레이션 압력은 마치 Powell에게 블러핑은 그만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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